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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특별한 요리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저희 시어머님께서 갑상선암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으시고, 폐로 (약간)전이된 암세포 치료를 위해 동위원소 치료를 받게 되셨거든요. 심장질환으로 인해 씬지록신을 끊지 않으셨고, 그 대신에 입원 2일 전에 테트로닌을 주사하시는 방법으로 치료 스케쥴이 정해졌어요. 어머님께서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받고 계신데 지방에 살고 계셔서 이번에 입원 전에 저희 집에서 3일 동안 머무르시게 되었어요. 그러니 치료전에 맛나고 영양가 있는 음식 해드려야하잖아요? 정제 소금만을 가지고 하는 식단를 열심히 연구해서 어머님 식사를 준비했답니다.
마지막 날 어머님의 반응은?!! "이제 내가 반찬 안해줘도 되겠다. 요리가 다 맛있구나!" 하셨답니다. 여러분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공유해드려보아요.😋
시어머님을 위한 마음을 담은 요오드 제한식 요리 이야기
갑상선 동위원소 치료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체내에 축적된 요오드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시 복용한 동위원소가 미세하게 남은 갑상선에 흡착되어 파괴하는 것을 방해한다고해요. 따라서, 요오드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치료 시 방사성 요오드 흡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식사가 필요한 이유지요.(출처: 서울아산병원 방사성 요오드 치료 정보)
장류 없이 6끼를 준비한다고?!
평소 요리에 간장, 된장, 고추장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이때 깨달았어요. 시댁에는 2주간 사용하실 요오드 제한 장류(고추장, 된장, 간장)와 정제소금을 미리 보내드렸지만, 저희집에는 장류가 전혀 없었거든요. 오직 정제소금과 허용된 재료들만으로 6끼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 인터넷 검색으로 어떤 요리를 해드시는지 살펴보도 보고, 병원에서 준 먹어도 되는 음식 재료 리스트와 식단예시를 보며 레시피를 연구해보았어요.
저요오드식을 시행하는 동안 드실 김치는 반드시 정제염을 사용하여 담그도록 하며,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양념하고 젓갈이나 액젓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저요오드식 가이드라인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준비 - 동치미 담그기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달 전에 동치미를 담그는 것이었어요. 일반 김치는 젓갈이나 액젓을 넣잖아요? 하지만 동치미는 소금과 제로사이다, 마늘, 생강만 넣어도 무와 배추, 쪽파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더라고요. 그대신 맛이 드는 시간이 필요해서 한달 전에 동치미를 담가서 한통은 시댁에 보내고 한통은 저희집에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게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나중에 시어머님이 "동치미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고 하실 정도로요. 😊
갑상선 동위원소 치료를 위한 요오드 제한식 6끼 레시피
첫째 날 - 병원 직행 일정에 맞춘 도시락
첫째 날 점심: 어머님께서 지방에서 주사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바로 가는 일정이라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드렸어요. 빵은 죄대한 밀가루, 정제소금만을 사용한 치아바타로 골랐습니다.
- 감자샐러드 샌드위치 : 마요네즈나 유제품을 사용할 수 없어서 삶은 감자, 절인 오이, 당근, 삶은계란흰자, 꿀, 정제소금, 후추로 맛을 냈어요. 빵 단면에는 습기가 많이 스며들지 않도록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얇게 발랐습니다. 오이가 아삭아삭 씹혀서 꽤 맛있더라구요.
- 단호박 사과 샌드위치: 단호박은 삶아서 꿀과 정제소금을 넣어 으깼구요, 아삭아삭한 아오리 사과를 얇게 슬라이스 해서 얹었어요.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맛이 별로일까봐 고민했는데 제가 먹어보아도 달달 아삭하니 괜찮았어요.
첫째 날 저녁: 이건 정말 도전이었어요! 태어나 처음 만들어보는 음식이었거든요.
- 팥칼국수: 국내산 팥을 물에 6시간 불리고, 1시간 삶아서 포근포근하게 익으면, 한김 식혀서 믹서기에 갈았어요. 참고했던 블로그 중에서 면포에 걸러야한다는 레시피들이 많았는데요, 믹서기에 갈아도 정말 부드러운 식감이 되니까 걱정마시고 편안하게 믹서기에 갈아주세요.
첨가물이 없는 중력분 밀가루도 반죽해서 손칼국수를 직접 썰어서 만들었어요. 양념은 소금과 꿀만 넣었는데도 정말 맛있었어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파는 맛이랑 똑같아요! 팥1KG을 삶았는데 양이 정말 많아서 남은 양을 얼려두면 2번쯤 더 해먹을 수 있더라구요.
시어머님께서 "우리 지역에서는 팥죽은 자주 먹어도 팥칼국수는 잘 안해먹는데 정말 맛있다"고 하셨을 때, 속으로 '나란 며느리 칭찬해'했답니다.😜 뭐 맛이 별로 였어도 갸륵한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다 하셨겠지만요.호호-
둘째 날 - 알록달록 영양 가득한 하루
둘째 날 아침: 감자국, 소고기 구이, 표고새송이버섯 볶음, 동치미를 준비했어요.
- 감자국: 감자국은 정말 간단해요. 감자 썰어 넣고 소금만 넣어도 구수한 맛이 나거든요.
- 소고기 등심구이: 프라이팬에 구워서 정제소금과 후추를 찍어먹을 수 있게 준비했는데요, 고소하니 맛있었어요.
둘째 날 점심: 라따뚜이와 계란흰자수란을 준비해봤어요. 평소에 잘 안드시는 식단이었지만 어머님께서 파스타도 잘 드신다고 하셨기 때문에 생각해본 메뉴에요.
- 라따뚜이는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와 소금, 후추, 바질을 넣고, 그 위에 가지, 호박을 슬라이스해서 그릴에 구운 요리인데요,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았답니다.
- 계란흰자수란은 부드러워서 드시기 편하시더라고요. 수란을 따로 물을 끓여 만드셔도 되지만 완성된 라따뚜이 위헤 얹어 한번더 전자레인지나 그릴에 구워도 부드럽게 익습니다. 라따뚜이도 치아바타 빵을 곁들여 먹었습니다.
둘째 날 저녁: 저녁식사기도 했고 식사마다 단백질을 150G정도 드시는걸 추천했기 때문에 오리고기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곁들임 반찬으로 버섯탕수와 오이무침을 만들었습니다.
- 부추 오리고기 구이: 오리고기는 구워서 부추와 함께 먹으니 고소하면서 든든했구요,
- 버섯탕수: 여러 가지 버섯을 전분가루에 살짝 튀겨서 케첩과 소금, 오이, 당근, 양파 등으로 맛을 낸 탕수소스에 찍어먹었는데 새콤달콤 감칠맛이 났어요.
- 오이무침: 평소엔 젓갈로 맛을 내서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고춧가루, 마늘, 소금, 꿀, 양파를 넣어 무치니까 청량하고 깔끔한 맛이 났어요.
입원 당일 - 든든한 한 끼
입원 당일 아침: 입원 당일은 12시 이후 금식을 시작으로 동위원소 약을 복용하신 후 저녁까지 식사를 못 하시기 때문에 든든히 드셔야했어요. 소고기 무국과 오이무침, 동치미를 준비했습니다.
- 소고기무국: 소고기무국은 무를 슬라이스해서 들기름에 소고기국거리와 함께 넣고 볶다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전날 밤부터 끓여서 국물을 진하게 만들었어요. 금식을 오래 하셔야하니 국수그릇에 한가득 퍼드렸답니다. 밥도 평소보다 많이 퍼드렸는데 어머님께서 국물도 안남기시고 모두 드셨답니다. 소고기무국은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메뉴인데 국물도 시원하고 고기를 충분히 넣어 아주 든든했어요.
입원 기간을 위한 특별 준비물들
입원 기간(3박 4일) 동안 드셔야 할 음료와 간식들도 준비했어요. 동위원소 치료 중에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하고 침샘을 계속 자극해줘야하는데, 시어머님은 당뇨가 있으셔서 병원에서 알려준 오렌지주스나 이온음료, 사탕을 다량으로 드시는 것은 곤란했거든요.
그래서 무설탕 캔디, 애플사이다비니거와 무첨가 탄산수, 다양한 과일(사과, 복숭아, 샤인머스캣 등), 그리고... 동치미를 준비해드렸어요. 처음에는 "동치미까지는 안 가져가도 될 것 같은데..."라고 하셨는데, 제가 억지로 싸드렸거든요? 나중에 "동위원소 치료식이 맛이 없는데 동치미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요오드 제한식, 생각보다 맛있어요!
여섯끼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 화학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오히려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요오드 제한 장류가 있다면 더욱 풍부한 맛을 내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오드 제한식 요리의 팁
- 정제소금은 꼭 미리 준비해두세요(저는 한주소금을 구매했어요)
- 동치미처럼 미리 담가야 맛이나는 건 한 달 전부터 준비(동치미는 소금으로만 만들 수 있는 메뉴이자 식욕을 돋워주는 최고의 메뉴였어요)
-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로 시각적 즐거움도 챙기세요(자연의 단맛이라서 당뇨 환자에게도 좋구요, 아무래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죠?)
- 꿀, 올리브오일, 마늘, 생강 등 허용된 양념 적극 활용(후추, 고춧가루, 양파가루 등 활용할 수 있는 양념들을 다양하게 적용해보세요)
요리하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라서 그런지, 시어머님께서 정말 잘 드시더라고요. 특히 동치미는 치료 기간 내내 "시원하다"며 드셨답니다.
갑상선 동위원소 치료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요오드 제한식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에게 요오드 제한식 레시피를 알려주신 모든 블로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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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모든 의학적 결정과 식단은 본인의 체질에 맞추어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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