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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질병들과 다르게 암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많이 무거워요. 초기 암인 경우엔 여타 다른 수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암환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수술 전과 수술 후의 나의 삶의 태도를 크게 변하게 만들더라고요. 오늘은 갑상선암 수술 후에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갑상선암은 착한 암?
수술이 끝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해주었던 말이 있어요. "다행히 착한 암이네", "갑상선암은 괜찮은 암이잖아", "빨리 발견해서 정말 운이 좋았네" 같은 말들이었죠. 모두 저를 응원하고, 위로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제 마음 한구석에서는 묘한 감정이 올라왔어요.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암'이라는 표현이 주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컸어요. 마치 제가 크게 아프지도 않은 것 때문에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이 4-10배 쉽게 발생하며,
모든 암 환자 중 4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경험한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 암환자에게 찾아온 우울증
사람들 앞에서도 괜찮은 척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갑상선암은 수술만 하면 끝나는 거 아냐?", "다른 암에 비하면 정말 다행이다" 같은 말들을 들으면서, 제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오히려 제가 제 감정에 대해 너무 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회사에서는 갑상선 초기 암이니 하루빨리 병가를 끝내고 복귀하길 바랬어요. 법적으로 2달간 병가가 가능했지만 당시 담당하던 프로젝트가 바삐 진행되는 상황이었기에 3주의 병가 끝에 회사에 복귀했어요. 갑상선 수술뿐 아니라 가슴 종양 수술도 함께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많이 가있는 상황이었을 텐데... 제 자신이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고, 또 자만했던 것 같아요.
뒤늦게 찾아온 감정적 동요
직장으로 복귀했을 때 상사분들은 대부분 배려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가끔은 그 배려 자체가 부담스러웠어요.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무리하지 마"라는 말들이 저를 '아픈 사람'으로 규정짓는 것 같아서 오히려 위축되기도 했어요.
반대로 너무 바쁜 업무 속에서는 또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내가 이런 큰 수술을 받았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이중적인 감정 때문에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어요. 도대체 내가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러지?'라는 자책이 따라왔어요. 이 글을 쓰면서 읽어보니 "어쩌라고?"라는 말이 스스로 나오네요. 정말 어찌할 바 모를 감정이었답니다.
암수술을 마치고 회복기까지 바쁜 나날들이 어느정도 지나자 우울감과 열패감이 저를 뒤흔들었어요. 저는 TV에서 그렇게 자주 암이라는 단어가 나오는지 처음 깨달았네요. 암, 암환자라는 단어가 들리면 눈에서 눈물이 뚝하고 흘렀죠. 제가 제 감정을 깨닫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암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미워졌고, 매일 샤워를 하며 거울을 통해 마주하는 수술상처도 너무나 보기 싫었어요. 단순히 수술의 흔적이 아니라 제 인생이 '암 진단 전'과 '암 진단 후'로 나뉘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표시 같았거든요.
가족들은 저를 격려하려고 "금방 나을 거야", "별일 아니야"라고 말해주었지만, 정작 제가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어요. 암이라는 진단 자체가 주는 충격,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몸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 복잡한 감정들이 뒤늦게 폭풍우처럼 몰려왔거든요. 수술 전까지는 그래도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으로 버텼는데, 수술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미 치료가 끝난 것처럼 보이니까, 제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받기 어려웠어요. 특히 수술 후에 씬지로이드를 매일 아침 공복에 복용해야 하잖아요. 약 복용 후 1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해야 하는 일은 왼쪽 갑상선과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억제하기 위해 제게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지만 가족들조차 공복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어요. 제 건강을 지키고 회복하는 것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아침식사 시간에 불참하는 제가 더 불편했을까요? 아니면 의학적 정보의 부재였을까요? 저처럼 초기암이 아니라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추가적인 치료를 이어나가는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기도 했어요.
사실 저의 암수술을 한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고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저는 매 순간 자신감을 잃어갔어요. 우연히 대화 속에 관련 주제가 나오면 괜히 뜨끔하고, '내가 잘 못 살아온 건가?'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어 나중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까?'라는 생각까지도 했었답니다.
제가 아프기 전, 이른 나이에 3기 암을 앓던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병원에서 내 병은 열심히 치료해 주었지만 자기 마음을 돌봐주는 사람은 없더라."라고. 그래서 "병원에 심리상담센터가 있어서 암환자들의 마음을 좀 돌봐주면 좋겠다"라고. 그제야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겠더라고요. 최근 3차 병원에서 시어머님을 간병하며 알게 된 건데, 요즘은 일부 병원에서 환자의 심리적 어려움을 정신건강 진료로 연계해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어머님께서 밤에 잠을 잘 못 이루시니까 간호사 선생님께서 상담 원하시면 진료 일정 잡아드리냐고 물어봐주셨어요. (참 친절하고 따뜻하신 간호사 선생님❤️)
착한 암은 없어요.
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데 착한 암이라뇨. 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나긴 치료 과정을 겪으며 어찌 마음에 동요가 없을 수 있을까요? 그 어떤 암도 ‘착하다’는 수식어로 위로할 수 없어요. 암 진단 이후의 치료 과정은 마음의 동요와 함께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현재 갖고 있는 질병을 최우선으로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마음을 돌보고 단단히 하는 훈련도 꼭 함께 하길 바래요. 하지만, 내 마음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몸을 일으켜나가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눈물과 불안 속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회복에 도움이 될 리 없으니까요.
지금도 "이제 완치된 거잖아"라고 말할 때마다 복잡한 기분이 들어요. 의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지금도 느린 대사로 인해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님을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완치'라는 단어와 제가 삶을 살아가며 실제로 느끼는 몸과 마음의 상태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있어요.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암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 단순히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라는 점이에요. 그 과정에서 제가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힘들고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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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모든 의학적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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