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암환자라는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제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었어요. 수술 후 5년간 지속된 타는 듯한 가슴 통증(작열감)도 그렇고, 호르몬 변화로 인한 몸의 미묘한 변화들도 그렇고요. 예전에는 그냥 참고 넘어갔던 것들을 이제는 무시하지 않고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죠.
갑상선 수술 후 환자들은 호르몬 수치 변화, 수술 부위 불편감 등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적절한 관찰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출처: 미국갑상선학회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워가며
첫째로 수면 패턴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아침엔 잠을 깨기가 정말 힘들었고, 일어나서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 아침을 고통으로 시작하는 날이 많았어요. 밤엔 퉁퉁 부은 종아리가 저려 한참을 뒤척거려야 잠들 수 있었어요. 되도록이면 침실에서는 휴대폰을 보지 않기로 했고, 대신 가벼운 책을 읽거나 명상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5분 스트레칭을 빼놓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어요. 밤에는 요즘 유행하는 마사지 기계로 다리 마사지도 열심히 해보고요. 항산화, 항염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공부하며 꾸준히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둘째 식단도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해 찾아보고, 되도록 규칙적인 시간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커피를 점차 줄여나갔답니다. 처음엔 카페인이 없으니 졸음을 참기도 힘들고 피로감이 컸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카페인이 컨디션을 좋게 하는데 큰 영향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원래도 자주 먹진 않았지만 가공식품을 점차 더 줄여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간식은 거의 과일로 바꿔주었어요. 음식 하나하나가 제 몸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식단을 고민하는 시간도 즐거워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운동도 천천히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서, 점차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범위를 넓혀갔어요. 저는 특히나 요가가 저에게 잘 맞더라고요. 퇴근 후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요가를 갔는데, 올 땐 기분이 너무 상쾌하게 좋아져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남편이 에너지가 가득한 저를 보며 "운동은 자기한테 잘 맞는 걸 해야 한다더니 여보한테는 요가가 최고구나. 요가 다녀오면 얼굴이 달라져!" 할 정도로요. ㅎㅎㅎ 여러분도 스스로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보세요.
여기서 잠깐!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잘 맞는 운동도 무리하면 몸이 다칠 수 있어요. 저도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서 하다가도 갑자기 허리통증이 생긴다거나, 발목이 시큰거린다거나, 고관절염이 온다거나 했거든요. 그럴 땐 무리하지 않고 몸을 쉬게 해 줬어요. 염증이 있을 때 하는 운동은 몸에 무리만 준다고 하더라고요. 통증이 호전될 때까지 약한 스트레칭 정도만 해주다가 몸이 회복되면 또다시 천천히 시작해 나가면 돼요. 이렇게 저는 몸과 대화하는 법을 매일 배워가고 있어요. 아프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필요할 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치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갈 때면 여전히 떨리고 검사 며칠 전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해요. '호르몬 수치가 불안정하지는 않을까? 혹여 왼쪽 갑상선에 남아있는 작은 혹이 자라지는 않았을까?' 이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돌아요. 가끔 화가 나는 순간에 목 부분이 욱신거릴 때면 순간적으로 '이러다 또 아픈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어딘가가 아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갑상선 수술을 받은 부위라고 하면 왠지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갑상선 수술 후 환자들은 정기적인 호르몬 수치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갑상선암 치료 가이드
몸과 마음, 두 바퀴로 굴러가기
하지만 이제는 이런 감정들을 다루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어요. 검진 날이 다가오면 일부러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워요.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평소 미뤄뒀던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해요. 검진 자체를 '무서운 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 몸 상태를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의미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감정의 변화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돼요. '아, 지금 내가 불안해하고 있구나', '오늘은 유독 예민한 날이네' 하면서 제 감정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해요. 그러면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 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거든요. 불안하고 우울했던 감정들은 이런 꾸준한 자기 돌봄을 통해 많이 해소되어 가고 있어요.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가끔씩 찾아오는 불안감도 '아, 이런 날도 있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치료는 몸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돌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두 바퀴가 모두 원활해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어요.
꼭 전문가의 도움만이 답은 아니에요.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회복 과정이에요. 지금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과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것이 저의 회복 과정 중에 하나예요.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해' 하면서 공감해 드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완치라는 의학적 판정을 받았지만, 제게는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아요. 완전히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지금의 저를 받아들이면서 매일매일 조금씩 더 건강해지는 것이 목표가 되었어요.
자기 돌봄(self-care)은 암 생존자들의 장기적인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규칙적인 생활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 출처: 미국암협회 - 치료 후 건강관리
갑상선암이라는 경험이 제게 가져다준 것은 고통만이 아니었어요. 내 몸의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어요. 가족과의 시간도 더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되었고요.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치유 과정이라는 것을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회복해 나가면 돼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이전글-갑상선암 진단에서 치료까지(4)-'착한 암'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 숨겨진 감정을 마주하다
다음글-운동 없이 15kg 뺐는데 근육량이 늘었다고? 식사 전 계란 2개의 기적(+구운 계란 만들기)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 하트(공감)를 눌러주세요
🔔 구독하시면 새 포스팅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어요
📤 공유해 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어요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응원이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솔직하고 유용한 정보들로 찾아뵐게요!
*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모든 의학적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몸 건강 챙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계란 레시피 7가지 - 운동 없이 근육량 지키는 다이어트 2편 (0) | 2025.09.08 |
---|---|
운동 없이 15kg 뺐는데 근육량이 늘었다고? 식사 전 계란 2개의 기적(+구운 계란 만들기) (1) | 2025.09.07 |
갑상선암 진단에서 치료까지(4)-'착한 암'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 숨겨진 감정을 마주하다 (2) | 2025.09.02 |
갑상선암 진단에서 치료까지(3)-갑상선암 절개술 vs 로봇수술, 선택의 기로에서 (8) | 2025.09.01 |
갑상선암 진단에서 치료까지(2)-대학병원 예약 3개월 앞당긴 예약 단축 핵심 포인트 (4) | 2025.08.31 |
- Total
- Today
- Yesterday
- 갑상선다이어트
- 갑상선암
- 15kg감량
- 속초리조트
- 다이어트식단
- 운동없는다이어트
- 속초호텔
- 갑상선암후유증
- 계란다이어트
- 갑상선암수술부작용
- 부종빼기
- 갑상선암진단
- 카시아속초
- 40대다이어트
- 건강한다이어트
- 갑상선기능저하
- 내돈내산
- 중년다이어트
- 암환자스트레스관리
- 달걀다이어트
- 키토다이어트
- 호르몬다이어트
- 갑상선기능저하다이어트
- 저탄고단다이어트
- 다이어트성공기
- 다이어트체크리스트
- 갑상선암수술
- 갑상선기능저하증다이어트
- 갑상선암후기
- 착한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