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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는 것이 싫던 나날들이 있어요.
갑상선암 로봇수술 이후, 유착으로 인한 가슴 통증과 호르몬 불균형은 제 체력과 자존감을 무너뜨렸습니다. 몸은 무겁게 불어나 있었고, 마음은 그 무게보다 더 깊이 가라앉고 말았어요.
몸과 마음을 일으켜야 했어요. 스스로 변화하고자 결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힘들었지만 아주 천천히 시작했습니다. 아픈 몸으로 운동까지 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식단을 바꾸고, 음식에 대한 달콤한 유혹에 마음을 단단히 붙잡으며 5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15kg을 덜어낼 수 있었어요.
빠진 체중보다 더 소중한 건, 다시 살아난 제 마음이에요. 몸이 변하니 마음도 변했고, 마음이 달라지니 삶이 조금씩 환해졌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건 이 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분들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결국 스스로의 변화와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걸 저는 뒤늦게 깨달았어요.
혹시 지금, 제 과거처럼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고 계신 분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음속에 만든 한계를 조금만 낮춰보세요. 아주 작은 변화 하나가 결국 몸도, 마음도, 삶도 새로운 길로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저의 이 기록이, 갑상선 문제와 호르몬 불균형으로 지쳐 계신 분들, 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건강을 찾고 싶으신 분들께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다시 빛날 수 있으니까요.
🚨 저질체력이 아니라 갑상선암이었다
기억해보면 아주 예전부터 늘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습니다. 오후만 되면 몸이 무겁고, 퇴근하면 무조건 한두 시간을 자고 일어나야 저녁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완전 저질체력이네~", "운동 부족 아니니?" 하는 말들을 많이 듣기도 했죠.
그래서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원래 난 저질체력이니까' 하고 체념하며 넘어갔습니다. 나름 영양제 같은 것도 사 먹어보고, 요가며 헬스며 운동도 해보고요. 나름대로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이 끝도 없는 피로감은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2019년 봄, 정기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어요. 처음엔 단순한 혹이겠지~ 다들 한두 개쯤은 있다고 하니까~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갑상선 유두암 소견입니다. 원하시는 병원이 있으시면 소견서 써드릴게요."
하... 예전에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던 저는 담담한 척 결과를 받아 들고 3차 병원을 예약했지만, 그땐 몰랐어요. 암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과 삶을 그렇게 오랫동안 헤집어 놓을지를요.
다행히 갑상선 유두암은 느린 암이자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했어요. 서울대병원에서 오른쪽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어요. 결혼 전이었기 때문에 흉터가 작게 남는다고 해서 로봇수술을 선택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술만 하면 다 괜찮아지겠지, 암은 초기에 수술하면 맹장수술과 다를 바가 없잖아?'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암을 떼어냈으니까 이제 예전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더군요.
씬지로이드 복용과 중단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져서 씬지로이드라는 호르몬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2년간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처음엔 약을 먹으니까 컨디션이 괜찮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2년 정도 추적 검사를 한 후에 의사 선생님께서 호르몬 수치가 안정적이니 약을 서서히 줄여보자고 하시더라고요. 평생 약을 먹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호르몬 분비를 유도해 보자는 판단이셨겠지요.
그래서 씬지로이드를 서서히 줄이다가 완전히 중단하게 되었어요. 처음 몇 개월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아침 공복을 지켜가며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쁨이 더 컸달까요? 하지만 이후 건강검진에서는 여전히 '갑상선 기능저하'로 나왔고, 그때부터 제 몸에 서서히 이상한 변화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력감과 늘어나는 체중
가장 먼저 찾아온 건 극심한 무력감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온종일 몸이 무겁고, 뭘 해도 집중이 안 되고... 마치 배터리가 다 떨어진 것처럼, 아무리 충전을 해도 다시 금방 꺼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10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커피를 연거푸 마셔도 졸렵고, 영양제를 먹어도 소용없고... 부종도 나날이 심해졌어요. 특히 다리가 부종이 심했는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하니 당연하다 여겼는데 양말 자국이 깊게 파여 자국이 한참 동안 남아있고 너무 저리고 아파서 다리 마사지기를 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할 정도였어요. 얼굴도 심하게 부어서 거울을 볼 때마다 '이게 내 얼굴인가' 싶을 정도였네요.
그리고 가장 절망적이었던 건 체중 증가. 딱히 많이 먹지도 않는데, 아니 오히려 예전에 비해 식사량이 반으로 줄었지만 몸무게가 계속 늘어갔어요. 처음엔 1-2kg 늘어서 '부종 때문인가?' 했는데, 한도 끝도 없이 늘어가더라고요. 원래도 날씬한 몸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많이 먹어서 그런가 싶어 식사량을 줄여보아도 체중은 오히려 늘어났어요. 몸이 제 말을 듣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5년간 지속된 가슴통증
여기에 갑상선암 로봇수술*의 후유증으로 가슴에서 쇄골 주변으로 타들어가는 듯한 가슴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수술 후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마사지도 열심히 하고, 도수치료도 꾸준히 받았지만 이 증상은 5년간 계속되었고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는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더 심해졌어요.
(최근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고 많이 호전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니 참고해 주셔요.)
*로봇수술은 양쪽 겨드랑이와 양쪽 유두 부위를 절개한 뒤, 로봇 팔이 가슴을 지나 들어가 갑상선을 수술하는 방식이에요. 이때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가스를 주입해 가슴 부위를 들어 올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끊어지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따라서 수술 후에는 유착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해요.
😢 출근이 지옥 같았던 나날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스트레스
2022년, 결혼과 함께 이직을 하게 되었어요. 더 좋은 조건의 회사였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설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어요. 우선 장거리 출퇴근이 문제였습니다. 늘상 직주근접의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 이후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로 꼬박 서서 1시간 10분. 자가용으로는 1시간 40분을 운전해야 했어요. 야근이 많지만 야근 교통비는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자차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잦아졌고,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하루에 2시간 반은 운전을 해야 했죠. 여기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 야근까지 더해지니 몸이 점점 지쳐가는 것이 체감되었어요.
잠들지 않는 피로, 사라진 열정과 의욕
아무리 자도 피곤했어요. 10시간을 자도, 12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어요. 알람을 끄고도 마냥 더 누워있고 싶고, 씻는 것도 힘들고, 옷 입는 것도 힘들고...
회사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업무는 밀려드는데 체력이 바닥나니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점심시간이면 밥을 거르고 차 안에서 휴게실 구석에서 눈을 감고 쉬기도 했습니다.
예전의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설레고, 문제가 생기면 밤새서라도 해결하려고 했고, 동료들과 함께 성과를 내는 게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사라졌어요. 일에 대한 흥미도, 의욕도, 열정도... 마치 회색빛 안갯속에서 사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도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났습니다. 마흔살이나 먹어서 출근이 싫어서 울다니,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나?' '번아웃이 온 건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절망적이었어요.
몸이 보내는 적색신호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몸 곳곳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발에 신경통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점점 심해져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어요. 발바닥이 저리고 아프고,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가 가장 심했습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찌릿한 통증이 올라와서 몇 분간 꼼짝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회사에선 아픈 것을 감추느라 일부러 천천히 여유 있는 척 걸어했습니다. 부종도 더욱 심해졌어요. 종아리가 저리다 못해 아프고, 양말을 벗으면 발목 부분에 깊게 자국이 파이고, 바지를 벗으면 허리 밴드 자국이 한참 남아있고...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혈압이 올라갔습니다. 평생 정상 혈압을 유지했던 제가 갑자기 150까지 올라갔어요. 머리를 누가 끈으로 꽉 조여매는 듯한 압박통이 제 하루일과를 엉망으로 만들었죠. 회사에 앉아있는 시간 시간이 모두 고통스러웠어요. 지금 회상을 하는 지금도 그때의 고통이 생생하네요.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치질까지 생겼어요. 처음엔 오래 앉아있어서 엉덩이가 아픈 건 줄 알았는데, 점점 통증 심해져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더라고요.ㅠㅠㅠㅠ 수술할 만큼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치질 수술 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또한 혈액순환이 문제라고 하더라구요.
다음글-저질체력인 줄 알았는데 갑상선암이었다니... 그리고 15kg를 감량하기까지(2편)
저질체력인 줄 알았는데 갑상선암이었다니... 그리고 15kg를 감량하기까지(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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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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